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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한화에게 ‘인디언 기우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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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열매가 무르익을 때까진!’

미국 애리조나 주의 원주민인 호피(Hopi) 인디언 족. 심한 가뭄이 들 때면 다 같이 모여 기우제를 지낸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는 점이다.
그들만의 영험한 기운이 있기 때문일까. 비밀은 ‘간절함’이었다.
비가 내릴 때까지 몇날 며칠을, 심지어 몇 달이라도 기꺼이 기도를 드린다.
척박한 사막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그들에게 비는 생명수다.
나아가 공동체 구성원들을 결속시키고 개인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였다.

절실함을 따지자면 프로야구 한화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1986년 빙그레로 출발했다(1993년 명칭 변경). 40년 가까이 되는 역사 속에서 한국시리즈(KS) 우승 기억은 단 한 번(1999년)뿐이다.
최근 발걸음은 더욱 더디다.
지난 15년간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것은 2018년이 전부다.
이후 5년간 9-10-10-10-9 참혹한 비밀번호를 찍었다.
깊은 암흑기에 빠져 있다.
호피 인디언 족이 메마른 땅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면, 한화는 풀리지 않은 우승 갈증으로 눈물지었다.

한화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토브리그서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필요하다 판단되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마치 호피 인디언 족이 온 마음을 다해 비를 부르는 것처럼, 한화는 아낌없는 투자로 승리에 다가가고자 했다.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서 베테랑 안치홍(4+2년 총액 72억)을 영입한 데 이어 ‘괴물’ 류현진(8년 170억)까지 복귀시켰다.
“이번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한화 나름의 기우제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호피 인디언 족과 달리, 한화는 인내심이 얕다.
기본적으로 단기실적주의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모기업 입김 또한 강하다.
안 된다 싶으면 바로 핸들을 틀었다.
윗선의 의중에 따라 시시각각 방향성이 달라졌다.
한화가 감독들의 무덤이 된 배경이다.
베테랑에서부터 육성 전문가, 학구파 등 다양한 인물이 지휘봉을 들었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고위 관계자들의 책임 없는 발언들까지 더해져 각종 소문과 이야기를 낳았다.

또 한 번 칼을 빼들었다.
한화는 제14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한 지 약 1년 만이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렸지만 경질에 가깝다.
앞서 4명의 수장이 연속해서 계약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일종의 충격파라고 하지만, 이 또한 반복되면 자극이 떨어진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구성원들일 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한화가 수년간 하위권을 맴도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엔 다를까.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을 데려왔다.
그것마저도 윗선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힘을 실어줄 차례다.
호피 인디언 족의 기우제는 한 두 번의 짧은 의식이 아니었다.
한화 역시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눈앞의 1승만으로는 우승에 도달할 수 없다.
조금은 길고도 지루한 발걸음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비로소 왕좌가 보이는 법이다.
한화표 기우제가 더 이상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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